나의 이야기

후포 기행

문응서 2023. 2. 17. 18:49

80친구들이 2박 3일의 일정으로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종전에 1박 2일로 다니던 투어가 이제는 2박3일의 일정으로 가게된 것은 백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한명은 연가를 쓰야했다. 아침에 정병산에 눈이 하얗게 덮혀있다. 밤새 비가 눈으로 내린 모양이다. 진주 친구를 창원중앙역에서 픽업하러 가는 길에는 주위 산이 눈으로 하얗게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비교적 도착 시간을 잘 맞추어서 기다리지 않고 진주 현역친구가 양손에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른다. 카페오레의 향이 긴 여독을 풀어주리라. 곧 바로 애마 스포무니(스포티지 문을 줄인 애칭)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신경주역으로 달려 간다. 애마와 함께하면 웬지 마음이 든든하다. 사실은 그랜무니(그랜저 문을 줄인 애칭)가 나의 단짝으로 출발했지만 아들이 서울 본사로 가면서 오피스텔의 주차장 때문에 서로 바꾸게 된 것이다. 10여분 연착으로 아직 도착시간이 20여분 남아서 대합실에서 서성이다. 서울 대전 그리고 대구 친구들을 픽업하여 거침없이 목적지인 후포항으로 달려간다. 

등기산 포토존

이런저런 얘기에 벌써 후포항으로 들어 선다. 멀리서 차렷자세로 우리를 기다리는 오늘의 호스트 유신선이 보인다. 언제봐도 바르고 흐트러짐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이다. 소심한 듯 보이지만 할말은 하고 사는 정의로운 신선이다. 유신선이란 별명은 내가 부르는 호칭인데,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내일 가게될 신선 계곡을 자주 찾아가서 그곳을 우리에게 알려준 친구라서 이전 부터 나는 유신선이라 부른다. 늦은 점심은 주차장 인근에 있는 순대국밥집에서 먹기로 했다. 모두가 점심때를 넘겨서 그런지 허겁지겁 순대국에 푹 빠진다. 돼지냄새를 싫어하는 작가리(이친구는 사진작가)는 육게장을 께작거리고 있다. 생각보다 모두들 한그릇을 완국해버린다. 저녁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점심 과 저녁은 엄연히 구분 되니 걱정 없이 모두들 맛있게 뚝딱해버린다.

등기산 하트그네에서

후포리 백년손님 남서방 처가집을 둘러보고 좁은 비탈길을 올라 등기산에 오른다. 올라가는 도중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바람도 덩달아 옷깃을 날리운다. 영상의 날씨지만 새초롬함이 겨울이라는 경고성 추위를 몰아온다. 등기산에서 발견된 마제석기 전시장을 둘러 보고 나오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독일 등대부터 프랑스 등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몇몇 등대들이 군대군대에 서 있다. 멀리 바닷가에 스카이 워크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 멀리서 여행객들이 입구에서 돌아 나온다. 아마도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후포항으로 다시 내려온다. 일단은 숙소에 짐을 풀고 차를 세워두고 오기로 했다.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다시 후포항으로 걸어 오는 길은 30여분 이상 걸리는 것 같다. 

등기산에서 바라본 후포항

유신선이 게를 사서 찌고 있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바닷가의 갈매기의 비상에 관심을 가지고 저마다 작품을 폰에 담고 있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셔트를 눌러 대지만 생각 보다 갈매기들의 날개짓을 따라가지 못하고 허공에 렌즈를 쏘아 보낸다. 겨우 몇장을 건지고 있는 사이에 후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인 선플라워호를 구경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무슨 얘기들이 그렇게 많은 지 스토리텔러 최가 대전 청년회장님에게 과다한 제스쳐를 쓰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바다에선 갈매기들이 친구들 머리위를 하염없이 날고 있지만 친구따로 갈매기 따로 바다 따로 서로 제각기 따로 놀고 있다.

후포항 갈매기들의 비상

멀리서 유신선이 할머니에게서 찐 홍게 상자를 건네받고 우리에게 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저녁 시간이다. 늦은 점심에도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저녁을 위해 열심히 속을 비워두고 저녁 손님을 맞는다. 단골 횟집에서 회를 시키고 뒷켠에 마련된 식당으로 향한다. 회를 뜨는 곳과 먹는 식당이 따로 구분이 되어 있다. 상차림과 주류와 매운탕을 파는 식당이다. 창원에도 회가 있지만 여기처럼 이렇게 푸짐하게 가성비 높은 회는 어디에도 볼 수가 없다.  보기에도 싱싱하고 푸짐한 회를 보니 모두들 감탄을 하면서 젓가락질이 바빠진다. 두어잔의 맥주에 소주폭탄주가 돌고 본격적으로 회와 소주가 물아일체가 된다. 취하는 건 마찬가지다. 친구들의 대화 속에 무르익은 저녁은 얼큰한 매운탕 끓는 소리로 술에서 깨어 나온다. 그 많든 싱아들을 누가 다 먹었는지 빈접시와 빈병이 늘어 난다. 물론 배가 부른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내륙에 사는 대전 회장님도 회의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다들 부른 배를 앞세우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가는 길은 비교적 짧아 보였지만 발걸음들이 모두가 가볍지가 않다. 후포 시내를 걸어 걸어 숙소에 도착하니 2차가 기다리고 있다. 

후포수산시장 정아횟집 회

좀전에 쪄온 회와 후포산 막걸리가 묘한 궁합을 만들어 낸다. 좀전에 먹은 회를 잊게하는 후포 홍게는 막걸리와도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툴게 게를 먹는 작가리는 다리살만 고집하고 게장은 모두들 먹을 줄 모른다. 게다리 아랫쪽 다리살은 그냥 버린다. 너희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신구선생님의 호통이 들려 오는 듯하다. 오랜만에 짧은 밤을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든다. 벌써 폭주 기관차가 달려 가고 있다. 

신선계곡 첫 출렁다리

아침끼니를 걱정하던 유신선에게 스토리 텔러 최가 해장국 대신 라면으로 먹자는 제안에 유신선이 라면 5개에 게를 썰어 넣어 얼큰한 라면을 끓였다. 말로만 듣던 홍게라면이 아닌가. 국물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모두들 정량에 추가로 국물들을 연신 입안 가득 들이 붓는다. 숙취해소용으로 아침에는 무조건 대게 라면을 추천허고 싶다. 오늘 대전 김회장이 오후에 취임식을 핑계로 대전으로 올라간다는 얘기에 일정을 당겨 백암온천을 먼저 가기로 하고 온천장으로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온천물을 끓이지 않고 온천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확 가신다. 주위에 짧은 머리의 운동 선수들이 전지 훈련을 온 모양이다. 삼삼오오 탕안에서 장난을 치며 그들 만의 놀이에 푹 빠져 있다. 개운한 몸으로 난 김회장을 버스정류장까지 태워 주기로 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인근의 신선 마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30여분을 달려 도착하니 차시간이 1시간 가량 남았다. 단층으로 이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이 생각보다 너무 작고 직원 아줌마의 도움으로 키오스크에서 표를 귾어 나와 바로 옆에 다방으로 들어 간다. 김회장의 노래 소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임 마담의 톡쏘는 한마디에 김회장이 노련한 다방 용어를 사용하면서 주인 마담을 제압한다. 굳이 다방 커피를 주문한다. 한잔에 5천원이다. 이런 커피숍의 가격보다 비싸다. 리필도 해준다. 실없는 농담을 주구 받는 김회장과 나는 다소 나이가 있어 보이는 마담이 경게심을 풀고 이런저런 애기를 하는 중에 방에서 아가씨들이 방금 머리를 감은 듯 한명씩 두명씩 세명씩 나와서 제각기 밥을 먹고 있다. 콧구멍만한 가게에 아가씨가 7명이란다. 간밤에 1시 넘게 까지 노래방 도우미로 나갔다나....

신선계곡

김회장과 작별하고 신선 계곡으로 향한다. 백암온천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갈치 찌게를 점심 메뉴로하고 기다리는 동안에 몇몇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관광지 치고 손님들이 많지가 않다.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 맛도 낫베드... 든든한 점심을 먹고 신선계곡으로 향한다. 5인의 전사들이 긴장감 마저 돈다. 무릎이 아프다는 감사 한의 넋두리와 멀지 않냐는 작가 리의 핑계를 유신선이 얼마 되지 않고 가깝다는 거리가 왕복 3시간 거리다. 입구에서 누군가 사용하고 놓아 둔 나무 지팡이를 하나씩 집어 든다. 스텔 최가 평지인데 지팡이는 무슨 지팡이냐? 라고 반문하지만 산길엔 지팡이가 있고 없고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지비. 비교적 평탄한 계곡 트렉킹이 이어진다. 1진과 2진으로 나누어진다. 앞서가던 유신선이 뒤를 돌아 보며 2진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속이 불편한듯 나홀로 다방을 찾고 있는 듯하다. 먼저 가라는 말과 함께 계곡 밑으로 사라진다. 

신선계곡 용소

백만불 짜리 공기와 금강송 그리고 계곡물과 바위등을 감상하며 비탈길을 오르니 드디어 첫 목표지점인 용소가 나온다. 처음에는 용소까지만 갔다오자는 유신선이 조금 더 오르면 호박소까지 얼마되지 않는다고 유혹한다. 비교적 오르기 쉬운 계곡길이고 또 토요일인데도 사람들이 없고 한산한 계곡이라 우리들만의 계곡을 더 즐기고 싶은 지 다들 호박소로 향한다. 뒤쳐진 감사 한도 어느새 용소까지 왔다. 그를 뒤로하고 우리는 호박소로 향한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호박소에 직접 다가갔다 물의 깊이를 알 수 없이 옥색을 하고 있다. 작가 리가 나무 작대기를 물 속에 넣어 보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다. 

신선계곡 호박소

사람의 발길이 그리 많이 닿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잘 보존 되어 있는 호박소와 신선계곡의 대부분의 명소가 겨울의 기나긴 겨울 잠을 자는 듯 지저귀는 새소리 조차 불어 오는 바람 소리 조차 고요하고 맑다. 출렁다리위에서 바라보는 용소와 호박소는 힘차게 내리치는 용트림을 보고 있는 듯 자꾸만 빠져든다. 물빛 짙은 옥색의 세계로 한없이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뒤 돌아 나가기가 아쉬운 발걸음을 하고 계곡을 빠져 나온다.

금강송의 송진을 채취한 흔적

금강송들이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길가에 있는 소나무들이 빨래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칼로 깍아놓은 듯한 상처가 보인다. 이곳에서 송진을 채취하던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채아물지 못한 깊은 상처들이 고목 금강송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를 바라보며, 춥고 배고픈 옛 역사를 돌아 볼 수 있다. 송진액으로 불을 밝히는 기름으로 사용 했을 것이다. 진성의 노래 보릿고개를 지금의 젊은이들이 영혼 없이 따라 부르지만 춥고 배고픈 시절의 어른들의 어두운 과거를 노래한  그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신선계곡의 숫돌바위

금강송을 벌목하거나 송진을 채취할 때 쓰던 도끼나 칼을 갈기 위해서 시냇가의 비교적 연한 돌을 찾아서 도끼날이나 칼날을 갈던 숫돌 바위다. 도처에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 자국들이 바위 여기저기에 나 있다. 이또한 사라지지 않게 잘 보존해야할 성 싶다. 언제 저 바위가 빗물이나 흐르는 냇물에 씻겨 사라질 지도 모른다. 사라지기 전에 잘 보존되고 그 의미를 후손들이 잘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숫돌바위

후포 2박 3일 일정 마지막날 아침도 남겨둔 홍게를 넣고 속풀이 라면을 두끼나 떼웠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유신선표 아침 해장용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국물들을 선점하고 게와 건더기들은 쓰레기통으로 들어 가기전에 게맛을 아는 내가 나머지를 쪽쪽 빨아서 알맹이는 삼키고 겁데기는 버리고 와우 펀타스틱한 게맛이다.

서화백의 작품 경주 서출지에서

마지막날은 돌아갈 열차 시간에 맞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 그림은 서화백(유신선의 아내)의 작품으로 2017년 어느 봄날 경주 서출지에서 서화백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그린 그림으로 이작품은 경주의 모호텔 전시장에서 전시된 작품으로 사진으로 찍어서 내 노트 북의 대문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었는 데, 유신선과 서화백이 내 노트북의 대문 사진을 학교 노트북에도 깔아서 수업 시작 전에 항상 띄어져 있고 학년이 바뀔 때 마다 수업 전에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질문하는 단골 메뉴다.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친구들 중에서 선생님 본인을 찾아보라는 퀴즈로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브레이킹 역할을 하는 소중한 그림이다. 근데, 이그림의 주인은 가장 이 그림을 아끼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한사코 가져가라고 한다. 

경주중앙시장 소머리 국밥

서둘러 경주 중앙시장으로 왔다 신경주역으로 가기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서 항상 들리는 곳이다. 예전에 가던 경아 식당이 없어지고 그 여동생이 가게 를 이어 받아 장사를 하고 있단다. 그 아주머니의 이름표도 경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자기가 바로 경아라고 얘기 하신다. 저번에는 가게가 출입문 쪽에 있었는 데 다른 상호로 바뀌어서 당황 했지만 가계들 중앙에 자리 잡고 있고 또 한쪽 면에는 경아 식당이란 간판을 둘다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구수한 소머리 국밥에 즐거워하는 친구들과는 반대로 비위가 약한 작가 리는 옆집 촌국시에 마음을 두고 있다. 국밥집에서 국수를 직접 공수 해온다. 사람마다 음식의 냄새와 기호가 참 다르다. 보기와는 영 다른 편이다. 신경주역으로 가는 길에 커피솹에 들러 나머지 회포를 풀고 다음을 기약한다. 길고도 짧은 후포 투어 2박 3일의 막이 내려지고 있다. 다들 즐거운 인생 의미있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봉의 가을 일상  (1) 2023.10.19
송광사 불일암  (0) 2023.02.09
설인사  (0) 2023.01.28
법정의 무소유  (0) 2023.01.27
올겨울 최저 기온  (0)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