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작별인사

문응서 2022. 12. 15. 10:15

올해도 어김없이 서서히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바람의 냉기가 동장군의 힘을 입어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아침이다. 교정을 돌아 보는 날이 오늘이 마지막일수도 내일은 방학식과 퇴임식을 겸하기로 되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내년 2월 말이 만기니까 그때까지는 아직 여기에 적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일 인사하는 자리이니까 작별 멘트라도 하랍시면 두서 없이 즉흥적으로 하는 인사가 좋겠지만 그래도 삼십년 이상을 한 곳에 몸담고 있었던 정든 곳이자, 제2의 고향인 이곳에서의 삶은 내인생에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첫발을 내디딘 첫날이 엇그제 같은 데 벌써 퇴임이라니 세월은 화살과 같다. 세월의 날개 위에 인생이 있어서 총알보다 더 빠른 것이 나이인 것을 이제야 인생이 보이기 시작하고 주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인생은 육십부터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야 깨닫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게 알고 후회하느니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비우고, 이웃을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보살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인생 백세 시대에 내 몸이 건강이 허락한다면 뭔가 주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도 해봐야겠는 데, 평생을 외길만 걸어 왔으니 시야는 좁고 견문도 좁아서 사물을 보는 이치가 너무도 어둡고 아둔하다고 느낀다.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데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질 못하니 말이다. 

길게는 36년을 그리고 짧게는 일년을 함께 해온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모두들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거기에다 끈끈한 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생활을 하기도 힘든데, 짬짬이 시간내어 따뜻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이들이 정말 사랑 스럽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떠나는 선배들을 위하여 몇날 몇일을 날밤을 세워가며 정을 나누었던가. 밤새워 얘기를 나누고 졸린 눈으로 다시 일상을 맞이하고 잠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흘러간 지난 시간들을 되새기며 ......

그래도 40년 지기들이 어떻게 알고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온다.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겠지만, 평온한 일상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금 이 시간들이 그리워지겠죠. 후배들이 부러운 눈을 하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부럽다고 한다. 왜냐하면 요즈음은 학생들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이기적인 면이 강해서 한결같이 교육하기가 힘들다고 하니 말이다. 나자신도 MZ세대 보다 더 강력하고 변화무쌍한 이들을 이끌어 가기가 어디 그리 쉬운일인가? 예전에는 담임을 서로 할려고 경쟁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담임기피 현상이 매우 심하여 관리자들이 담임을 초빙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다 보니 젊은 선생님들 조차도 담임을 꺼리는 경향이 농후하다.

미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없어지는 직업이 많은 데, 그중에 교직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도 자연히 소멸이 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사와의 관계는 이제 사라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신 할 것이고 물리적인 학습 장소나 인쇄된 학습 교재들도 자연히 사라질것이고, 교육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변혁기에 떠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고 물러나야하는 현실이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다. 즐겨듣는 노래중에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란 노래가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곁에 있는 너를 확인한다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매일 만나는 얼굴들 가족 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동료 그리고 후배들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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