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람에 맞서려는 자는 힘들어 지다

문응서 2022. 11. 30. 08:43

어제 내린 비와 오늘 아침 찬 바람이 불어 느티나무의 마른 잎들이 앞 뜰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바람이 몰고 다니던 낙엽들이 현관 출입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 와 있다.  보건실 도우미 사모님이 일찍 와서 벌써 댓돌을 쓸고 있다. 서둘러 함께 비질을 해보지만 바람이 장난을 걸어 쓸어 놓은 낙엽을 몰고 달아난다. 비끝에 걸린 낙엽들도 자꾸 있던 자리로 돌아 간다. 늘 비질을 도와 주는 정샘과 강샘이 오늘도 함께 비질을 하지만 오늘은 도무지 진척이 없다. 

오늘은 포기하고 내일을 기약하자고 정샘과 의견이 일치한다. 바람에 맞서려는 자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간밤에 바람이 모아놓은 낙엽 무더기만 가볍게 처리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왠지 개운치가 아니하다. 내일 아침에도 바람이 불터인데 오늘 쓸지 못하면 내일 쓸고 그렇지 않으면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릴 수 밖에 우리 인생사도 마찬가지 이거늘 자연에 거슬리고 순리에 어긋나면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