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끔씩 비멍(비보고 멍때리기)도 해보자

문응서 2022. 11. 29. 11:11

밤새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깜깜한 밤하늘에 내리는 빗소리는 머리 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마음대로 상상해 볼 수 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먼 데서 온 손님이 봉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들리고, 보일러 연통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어릴 때 양철집 처마 끝에 떨어지던 빗방울을 생각나게한다. 굳이 빗소리를 분석하고 떨어자는 소리를 무엇에 비유를 해야만 그 소리가 생동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잠시전 교실에서 시험 감독중에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가지에 메말라 달라 붙어 있는 잎사귀를 간질이듯 미끌어 똑똑 떨어지는 광경은 과히 귀로 듣는 것 보다 더 상그럽고 앙증맞다.  지나가는 바퀴에 구르는 빗방울은 어느 덧 안개처럼 차바퀴의 회전으로 안개처럼 내뿜는 소리는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같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는 대나무 숲에 부는 세찬 발소리와 같아라. 내가 어떤 형상을 생각하는 가에 따라서 그 빗소리가 천차만별인것을 ...

하여간 빗소리는 그 자체 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여러모로 흔든다. 기분이 좋을 때 빗소리는 음악의 빠른 비트 처럼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하지만 맘이 울적할 때 듣는 빗소리는 뼈 속 깊이 파고드는 한겨울 차디찬 바람처럼 마음 구석 구석에 아픔을 던져 준다. 십여년 전 해외 연수차 8주간 머물렀던 영국 런던에서의 생활이 기억으로 남는다. 영국의 겨울 날씨는 하루에 4계절을 모두 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다. 아침에는 맑은 햇랄을 보다가 오후 나절엔 바람 불고 구름이 몰려 온다. 하루 해가 짧은 것은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저녁엔 고요한 가운데 밤으로 치닫다가 자정이면 어김없이 비바람이 새벽녁까지 몰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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