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생활은 힘들다. 비공식적인 백수 첫 주간인 이번 주가 시작한 지 불과 이틀만에 끼니를 뭘로 떼워야하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내는 늘 미니멀 라이프를 부르짓지만 버리는 물건 보다 구석구석 쌓이는 물건들이 더 많으니 언행일치가 어렵겠다. 이제는 아점, 점저 두끼만을 먹자고 말한 지 하루가 채 가시기 전에 난대없이 꼬막이 먹고 싶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주변 식당들을 검색해보니 마땅히 답이 나오질 않는다. 마침내 벌교라는 단어가 나온다. 올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집사람도 은근히 맛집이나 음식에 호블호가 있어서 꼭 먹는 음식만 즐기지 그렇지 않으면 눈길도 주질 않는다. 2시간여를 달린다. 네비게이션으로는 그리 멀지 않는 곳으로 보이지만 실제거리는 만만찮다. 가볍게 나선 여행이 오히려 알찬 여행이 될 수 있다. 벌교하면 유명지가 태백산맥의 산실 조정래 문학관이 있는 곳으로 제일 먼저 소개되고 있다. 장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조정래의 작품중 으뜸인 태백산맥의 배경이 벌교가 아닌가.
시간이 일러서 꼬막은 뒤로하고 벌교 투어의 첫번째 장소로 조정래 문학관을 가보기로 했다. 마침 해설사가 한무리의 그룹을 데리고 나오면서 소화의 집앞에서 태백산맥의 초반부를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이어 발길을 현부자네 집으로 무리를 데리고 갔다. 우리도 그 무리에 끼여서 현부자네 집으로 들어 갔다. 들어가는 입구에 둥근 작은 정원이 놓여 있고, 고택이 품위 있게 들어서 있다. 해설사의 말로는 고택안에 욕조도 있는 특이한 구조임을 설명하고 있다. 집사람이 그 정보를 확인하고자 실내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정말 욕조가 있는 데 예전에 사람들이 목욕할 때 부엌이나 뒷 마당에서 큰 통을 놓고 물을 데워서 목욕하는 모습을 떠올리겠다. 이집은 실내에 욕조가 있으니 부잣집이란 사실이다. 조그마한 욕조를 보고 실망한 듯 집사람의 설명이 길지가 않다.
문학관의 실내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인증샷 몇장을 남기고 다음 장소인 보성회관으로 갔다. 불과 1킬로 미터 이내에 모든 곳이 몰려 있었다. 일본식 건물로 옛 모습이 복월되어 있다. 옛날의 모습은 폐허가 되어 형체만 남아 있은 듯 했는데 말끔하게 복원 되어 있었다. 들어 가는 입구에 비해 안의 공간은 제법 넓었다. 겉보기엔 상가 건물처럼 보였지만 들어가니 여관 처럼 조그마한 방들이 많이 있고 놀라운 것은 실제로 숙박업체로 사용되고 있다. 여느 여관처럼 숙박룓 여관 치고는 방값이 비싸다. 십만원이 넘는 방도 있음이리라. 일본식 정원과 2층에는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진 전시실이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일본식 건물이라는 냄새를 풍긴다. 위에서 내려보는 지붕이 ㅁ자 형태의 집으로 사방이 막혀서 출입문으로 만 다녀야 실내로 들어 갈 수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벌교투어에 탄력이 붙으면서 이번엔 영화 벽화 마을을 찾아 도보로 이동하였다. 집사람의 네비를 따라 걸어가니 바로 벽화 마을이 나오는 데, 벽화가 많지가 않다. 금새 끝나버렸다. 아쉬움을 남기고 오늘의 메인 방문지인 꼬막식당을찾아나서기로 했다. 방향감을 상실하고 짧은 거리를 돌고 돌아 못찾겠다, 꾀꼬리 차의 네비 아가씨를 믿어 보기로 했다. 역쉬 우리 아가씨 쵝오. 바로 옆에두고 뱅글 뱅글 맴돌다 그자리에 다시 돌아 주차하니 벽화 마을 바로 옆이 아닌가?
식당안은 브레이크 타임도 없는 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고 종업원 들은 모여서 음식 재료를 손질하느라 바쁘다. 선택은 아내가 했다.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새꼬막 정식이 전부 다이다. 기다리는 동안 기본 반찬들이 카트에 실려 금방 보기 좋게 사진 찍기 좋게 셑팅이 된다. 연이어 오늘의 메인인 삶은 꼬막 구운 꼬막 마지막으로 꼬막 무침 아차, 된장국은 따로 부스터 위로 셑팅이 완료된다. 어눌한 우리말로 꼬막까기 집게를 사용하는 법을 몸소 보여 주는 친절한 아갔의 방법대로 하니 까기가 한결 쉬워 보였다.
예전엔 젖가락을 이용하여 꼬막 꽁무늬를 비틀어서 어렵게 깠던 기억이었는 데, 집사람은 삶은 꼬막을 조개의 앞부분에 숟가갈이나 젖가락으로 깢다고 한다. 집게를 이용하니 쉽게 꼬막들의 전사자들이 빈 그릇에 가득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꼬막 피자처럼 보이는 한조각이 나왔다. 피자처럼 치즈가 들어가서 풍미를 더한다. 한조각이라 반반씩 나눌 때 아쉬움이 살짝 난다. 마지막으로 빈그릇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담아서 나왔는 데 비빔밥 그릇으로 판단되어 남아 있는 기본 반찬과 꼬막 무침을 몽땅 털어 넣고 비빈다. 생각보다 맛이 좋다. 어디서 배가 불러 오고 있다. 정점에 이르러 송창식 노래 한구절이 나온다. "배불러(왜불러)"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이제 시대 감각에 맞질 않다. 배부르니 아무 생각 없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앞선다. 밥을 먹기 전에는 밥 먹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곳을 둘러 보기로 했지만 배부르니 만사가 귀찮아짐. 집으로 컴백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