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연리지

문응서 2022. 11. 22. 09:55

학교 교정에 큰 느티나무가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2002년 현재의 학교로 이전할 때 이전에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옮겨와서 자리 잡은 나무들로 이십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이들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서 지나다니는 이들의 눈길을 한아름에 받고 우뚝 솟아 있다. 어느 선배 노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기억에 생생하다. " 저 두 나무가지가 서로 맞닿을 때쯤이면 문선생도 퇴임을 하겠구나." 라는 말이 그 당시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냐면 두 나무 사이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설마 하는 생각으로 이십년이 훌쩍 넘어버린 이시점에서 어느 날 두나무 가지가 뻗은 손이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올 연말이면 이정든 교정을 떠나야한다. 

지금은 매일 아침 떨어진 낙엽을 쓸면서 비질 한 땀 한 땀이 내마음의 어지러진 자국들을 쓸어 내듯이 무심히 비질을 하다 보면 비질 삼매경에 빠져든다. 비끝에서 쓸려 가다 땅으로 떨어지기 싫어서 빗자루 끝 가지에 걸려서 있던 자리로 다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 인생도 곧 저 낙엽처럼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있을 진데, 이 세상에 둔 미련을 쉬이 떨치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로 날아 가려는 미련을 어찌할꼬......

 

저 나무를 보라 . 한 가지가 다른 가지를 감싸 안은 모습이 마치 연리지를 상상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질 않은가. 한 둥지에서 나왔지만 형제 자매처럼 티격태격하며 부댖낄 수 있지만 이느티나무는 중간에 뻗어 있는 가지가 옆 가지를 포근히 사랑으로 안아 주고 있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한다. 나무들도 같은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 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옆에 있는 동료나무에게 공간을 내어 주려고 세력을 약하게 뻗는 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세히 보면 서로 맞닿은 옆가지들이 서로 엉켜서 세력 다툼을 하지 않고 서로 공간을 내어 주며 양보를 하는 모습이 눈으로도 볼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나보다 6개월 먼저 퇴임한 친구가 쓸 던 그 자리를 비질하고 있다.

침구의 마무리를 내가 해주기로 취중에 한말이 지금은 진담이 되어 실천하고 있다. 항상 그 시간에 그자리를 맴돌던 친구를 그리며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나자신도 맴돌고 있는 모습에 오늘 하루도 개운 한 아침을 맞는다.  그 모습이 안스러운 지 몇 주 전 부터 퇴임 동기인 정샘이 비를 들고 나와 함께 비질을 하고 있다. 아침에 등교 시간이 가장 빠른 우리 두사람이 비질을 하니 혼자서 1시간을 쓸일을 30분으로 줄어 들고 있다. 십시 일반이라 했던가. 어느 순간에 제자 강샘도 비를 들고 은사를 돕겠다고 나서고 그 시간에 출근하는 샘들이 틈날 때 마다 낙엽 쓸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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