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the last day in Changwon High School
문응서
2022. 12. 16. 08:20
아침 공기가 차다. 손끝에서 전해오는 찌릿한 느낌은 찬물에 손을 담글때 전해오는 전율처럼 손가락을 빨리 마비 되게한다. 교정을 한 바퀴 돌아 함께한 빨간 쓰레받기통을 수돗가에서 깨끗이 물로 씻어낸다. 묵은 때가 찬물에 씻겨 나가고 내마음 속 찌꺼기도 함께 쓸려 나간다. 집게로 끍어 마지막 흔적을 지우고 돌아서는 마음은 왠지 씁쓸하다.
팔공 친구 중 가장 발빠른 친구가 사진을 액자에 담아서 톡으로 퇴임을 축하 해주고 있다. 이번 주말 서울서 송년회를 앞두고 빈틈 없는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멀리 대전에서도, 울진에서도, 멀리 해외에서도 그리고 안동에서도 아침 댓바람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다들 부지런하고 인생을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이니 이들을 모델삼아 나의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 무난하리라 생각해 본다.
어제는 초저녁 부터 잠이들어 12시경에 깨니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낮에 먹은 커피의 영향일까 아니면 오늘있을 퇴임식 때문일까, 아마도 둘다일것 같다. 괜스리 궁상 맞게 퇴임사를 쓰기도 그렇고 해서 폰에 있는 노트에 간단하게 메모를 남기고 오늘 퇴임사를 미리 구상해 보지만 도무지 짐이 오질 않는다. 겨울밤이 또 왜이리도 길고 긴지 .......
잠간 눈을 감는가 싶었는데 알람이 5시 30분을 가르킨다. 어김없이 울려 된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 알람의 시간을 6시 30분으로 한시간 뒤로 옮겨 본다. 내일부터는 자연인으로 돌아가야하니까. 그렇다. 당분간은 시차적응에 애를 먹겠지.
미국 SA에 사는 친구가 시원섭섭하지 않은지 그 소회를 물어 오길래 사실은 며칠 전 부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기분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할 지, 그렇다고 기쁘지는 않고 슬픈 것도 아니고 아쉽다는 말은 아니고 섭섭하다는 기분은 아니고 시원하다고 볼 수없고 이런 기분은 그냥 느낄 뿐 좀처럼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