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슬산 대견사

문응서 2022. 11. 17. 22:24

수능날 아침이다. 현직에서의 마지막 수능일 모처럼 모든 수능업무를 던져버리고 노털 4인방이 비슬산으로 향한다. 여유있는 아침시간 얼마만에 느긋함을 만끽하며 버스에 오른다. 출근 시간을 피하여 집을나서지만 항상 마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십여분을 걸어서 천선배 아파트로가는 버스는 100번 밖에 모르니 발품을 팔아서 다소 먼거리를 이동한다. 오랜 만에 버스에 올라 공용와이파이 혜택을 누리려 고개숙이고 몇분을 시달리다 보니 금새 차멀미가 밀려온다. 그때 드러럭 울리는 진동이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알록달록 이샘의 전화다. 어제 점심먹고 헤어져서 피부과에 들린다던 이샘이 어제 허리에 난 지방덩어리를 잘라내고 아침에 병원에 들러 드레싱을 받는다는 전갈이. 물론 약속 시간 보다 좀늦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버스는 어느덧 목적지에 이른다. 천선배의 아파트는 겨울단장에 들어가는 나무전정작업이 한창이다.
아침바람이 제법 살살하다. 자연히 햇볕이 쬐이는 양지가 제격이다. 아직 이십여분이나 남았다. 습관적으로 어디 작품활동할 소재가 없을까 둘러보지만 꽃은 차치하고 나무가지 마저 짤려 나가는 마당에 무엇이 남았겠는가? 천선배가 나타났다. 차를 가져오겠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늦다던 이샘과 퇴직한 성님도 같은 시간에 나타난다. 곧바로 약속 장소로 향한다. 뒷좌석에선 벌써 이샘이 성님을 향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성님은 늘 이샘의 언변에 저자세를 취하지만 마음이 아름답다. 그걸 다 받아준다. 두 사람은 항상 죽이 맞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멈춘다. 대견사까지 가는 셔틀버스와 전기 자동차 두 종류다. 돈은 천원이 비싸지만 전기차를 타고싶었다.
이십여분이 남았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차가 대기하고있다. 하지만 한 여승객이 나를 직원으로 착각 했는지 날씨가 추운데 왜 비닐 가림막을 한쪽만 가리고 반대쪽은 치지않은 이유를 물어 보길래 원래 전기차는 경치를 보기 위해 양쪽이 다 개방되어있다고 했다. 추우면 버스로 바쿼 보라고 했다. 하지만 못바꾼다고 이내 되돌아 온다. 나도 직원이 아니라고 말하자 같은 일행들과 다른 승객들이 직윈으로 착각 했다고 웃는다.
드뎌 전기차가 움직인다. 생각 보다 빠르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승객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거친 숨소리를 몰아쉰다. 자연휴양림 콘도가 곳곳에 자리잡고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에 위치해 있다. 평일이고 겨울이라 그런지 투숙객이 별로 보이질않는다. 삼십여분을 달려 드뎌 정상에 오른다. 예전 같으면 걸어서 가볍게 오를 길을 자동차의 힘을 빌어 오르니 왠지 연륜이 깊어졌음을 실감한다.
대견사 먼 발치에서 보니 정상 바로 아래 바위숲에 자리잡은 모습이 범상치 않은 도량이구나! 역쉬 기대한 만큼 절의 초입부터 부처상 바위를 필두로 작은거북 바위와 종무소 건물 위에 층층바위를 지나서 법당으로 향한다.엇!  법당 한가운데가 비워있고 유리창문 너머로 사리탑이 모셔져있고 법당 안은 단체로 온듯 나이지긋한 어른들이 가득 차있다. 절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여백을 찾지 못하고 손인사만 건네고 다시 법당 밖으로 나온다. 근처 삼층석탑으로 곧장 향하던 이샘과 성님은 벌써 바위 암벽에 마애 여래불이 있는 굴 속에서 나와 대견봉 정상으로 향하고있다. 서둘러 사진 몇장을 찍고 나도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돌계단을 다 오르니 넓은 진달래 평원과 멀리 비슬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국의 불루 마운틴을 보는것 같다. 가슴이 뻥 뚫리고 맑은 공기가 그간에 막혀있던 눈과 코와 귀를 뚫어 버리고 마음마져 맑은 천상의 세계로 향하게 한다. 낙원이 따로없다. 바로 여기가 불국이요 속세가 아닌듯 싶다. 멀리 대구의 앞산 뒷모습이니 뒷산이라 해야하나? 좌우간 진달래 밭은 사람들의 발길을 막으려고 데커길 과 난간으로 파리케이트를 쳐서 아에 다른 산에 오르면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자연길이 생기고 사람들의 이기적인 호작질로 자연이 훼손 되는것을 보아온지라 이곳은 영원히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게 하소서!
하지만 데커길을 벗어나서 야자잎 메트길에 접어들자 난간은 사라지고 숲속 여기저기 사람들이 자립고 앉아서 점심을 먹는 모습에서 아하 언젠가는 여기도 인간들의 이기적인 지독함을 맛볼 날이 머지 않겠구나.
소원을 빌어주는 소원바위 주변에도 뽀뽀하는 형상의 뽀뽀바위 주변에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멀리서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벌써 발빠른 이샘과 성님은 대견봉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오늘따라 천선배도 작품활동에 전념하다니 평소와는 많이 다르고 큰 병고를 치르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데 다시 놀란다. 정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씨의 한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선심을 쓰신다. 감사합니다란 말을거네고 발빠른 두사람은 미련없이 돌아선다. 가던길에 한번 더 이름있는 바위들을 한번 더 확인하다가 임금의 모자처럼 보이는 상감바위를 사진에 담고 오를때 보았던 천문대처럼 생긴 둥근탑 모양의 산으로 향한다. 가던길에 형제바위, 기바위. 참선바위 등을 폰카메라에 담고 오른 그탑의 이름이 다소 상상과는 거리가 먼 우수관측소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름이다. 코로나의 여파가 여기도 있다. 출입금지라는 글귀에 아쉬움을 남기고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다.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내려갈 셔틀버스가 5분전에 떠나고 전기 자동차가 20분 후에나 있단다. 올라올 때 너무 힘들어 하던 전기차보다 빨리 오르던 미니버스를 탈려던 계획은 일단 사라지고 울며 겨자 먹기로 또 다시 전기차를 타기로 한다. 남은 시간을 대견사까지 다시 갔다올 시간이 있을듯. 다시 들어선 법당 안은 조용하다. 이제야 부처님 앞에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 일배, 이배에 정성을 쏟다. 삼배 사배에 마음을 쏟다. 오배 육배에 모든 시름을 내려놓는다. 마지막 칠배에 부처님께서 그 내려 놓은 속세의 짐들을 다시 돌려주신다. 달게 받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법당을 나온다. 법당 뒷켠 야외에 있던 부처님 사리탑을 보고 돌아서다 부부바위를 보게되다. 바위 동굴 속 벽면에 아름다운 자태의 마애여래불을 만나다. 이마에 금가루로 뽀인트를 준 자태가 재미있는 듯 성님의 손가락은 그 곳을 향하고있다.
내려올 때는 전기차의 위력을 느끼다. 전기차 운전기사는 아줌마로 보이다. 그런데 한손으로 핸들링하는 자태에서 노련미가 느껴진다. 출발시간이 아직도 남았는데 출발 한다. 오라올 때는 단호하게 비닐 바람막이를 거부하던 아저씨기사와는 달리 양쪽 다 가림막을 치고서 곧 바로 출발해 버리다. 역쉬 내공이 느껴진다. 생각 보다 속도가 붙는다. 맨 뒷좌석은 역방향이어서 뒷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지만, 허기진 속이 약간은 멀미끼를 느끼게 하는가 싶은데 도착 지점으로 복귀하다.
현풍 도깨비전통시장으로 수구레 국밥이냐 찜갈비냐 갈등의 시간이 그리 길지않았다. 내일부터 행사가 있을 듯 주차장 한켠에 천막들이 쳐저있다. 시장안으로 들어오자 각가지 음식 점이 눈에들어 온다. 점심이 늦어져서 두시를 넘기는 시간인데 뭔들 맛이 없겠는가. 현풍이나 창녕지역에 이름난 음식이 하나있다. 수구레 국밥이다. 근데 여긴 소구레국밥이다. 처음 눈에 띈 식당으로 들어간다. 두 테이블에서 식사중이다. 자리잡고 바로 국밥주세요 주문 하다. 소구레 국밥이다. 좀 더 뜨거웠으면 좋을텐데라는 1퍼센트의 아쉬움이 생기기도 전에 선지와 소양이 부드럽게 넘어가며 아쉬움도 사라잔다.내가 잘못 들었나 부족하면 더준다나 뭐한다냐 먹다보니 안주만 먹고 있었네 성님을 쳐다보니 간절히 원 하는 주 메뉴가 빠졌다. 글치 소주가 없었던 것이었다. 대구에선 참소주다. 금복주에서 참소주로 개명하고 성공의 길을 걷고있는 바로 그 소주다.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소주 메니아 이샘은 허리 지방덩어리 제거로 술을 사양한다. 술도 알콜이니 소독이 될거니 한잔만 먹어보라는 유혹에도 결심이 대단하다. 독한 인간? 아니죠 평소에 공갈 뻥뻥치더니만 이제는 겁은 내면서 말이지.
국물을 조금 리필시켰는데 한그릇 가득 내려놓는다. 역시 이름난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봐요. 남기면 음식 모독.죄인 취급하는 우리가 아닌가! 배불러, 왜불러, 지금도 저녁을 못 먹고있다.
옥연지 송해공원으로 가고있다. 제작년 장모님 모시고 왔던 곳이라 낯설지 않음이라. 그러나 처음인 이샘과 천선배는 호수의 크기에 놀라고 꾸며진 유닛과 가는곳 마다 송해 선생님의 발자취를 되돌아 볼수 있어서 좋았다. 호수를 가로질러 나가 호수를 한바퀴를 돌아보는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다. 그만큼 천선배의 체력이 회복 되고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저녁에 선약을 잡아놓은 이샘 덕분에 집으로 컴백 홈할 시간이다. 영산 휴게소에 들러 간단하게 커피 한 잔으로 두잔을 만들고 거기에 호두과자 한봉지가 저녁을 멀어지게 한걸까. 정말집에 와도 저녁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없다. 이 여행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