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기행(2박 3일)
주문진 모임(2박 3일 주문진 The Blue Hill 콘도)
(나오는 사람)참석자 : 최진구(비지), 한영욱(파좀)부부, 유명준(암뽕)부부, 문병철(순대)부부, 김오형(곶감), 이은창(우동) 9명 이들의 2박 3일 주문진 유랑기가 시작 됩니다.
한 달 전부터 모임을 하자는 카톡 회의를 거쳐 드디어 출발 하루 전날 예매해두었던 기차표를 취소하고 자동차로 가기로 정했다. 집사람이 며칠 전부터 식도염에 고생을 하다 다행히 여행을 따라 가고픈 마음에 다시 따라 나서기로 작정을 한 후에 차로 가기로 한 것이다. 먼저 인터넷으로 가는 여러 갈래 길을 검색하니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로 가는 루터가가장 짧은 구간이다. 창원서 주문진 거리가 438킬로가 된다. 서울보다 거리상으로 더 멀 것 같다. 주위 동료들 중 동해안의 7번 국도를 추천하는 이들도 있지만 거리나 시간이 더 멀어 보인다.
당일 아침 바람이 좀 불지만 날씨는 괜찮아 보인다. 9시 30분경 장도에 오른다. 집사람과 단둘이서 아이들을 떼고 오랜만에 먼 길을 나선다. 지금까지 1박 2일로 만나던 모임이었던 터라 2박 3일은 처음이다. 젊을 때는 부부 동반하여 서울이나 경주, 창원을 옮겨 다니며 집들이 모임을 종종하여 집사람들도 서로 간에 면식이 있어 서먹한 면은 없다. 눈길을 예상하고 지인으로부터 체인을 빌려 실고 든든한 마음과 빨리 가고픈 마음이 앞서 그런지 5시간 40분이라는 예상도착 시간에도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답동 엘지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채우니 십만원이 넘어간다. 달린지 1시간 남짓 달려 현풍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짬을 내어 집사람이 커피한잔을 들고 온다. 커피 향기에 비해 맛은 그렇게 가슴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카페오레의 맛이 예전에 먹던 개소주 맛이라고 하자 집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원두커피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귓전을 때리며 오늘 하루 세찬 바람을 맞으며 강원도로 향하는 마음이 발걸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십 여분을 차안에서 후루룩하고 마시며 나의 애마 소나타는 굉음을 내며 대구에 들어선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엔 차들도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12시 40분경에 단양휴게소에서 우동(이은창의 별칭)이 보내준 심심풀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동안 산채 비빔밥이 나온다. 생각보다 맛이 있다.
비지(최진구의 별칭)가 벌써 단양이면 제일 빨리 도착하겠다는 전갈을 보내온다. 암뽕(유명준의 별칭)은 의성에서 안동으로 가고 있단다. 지금부터는 조금 속도를 줄여 주위 풍광에 신경을 쓰면서 가도 될 시간대이다. 안동, 예천을 거쳐 단양으로 들어오면서 주위는 아직도 설원이다. 산봉우리마다 흰 눈 가득 머리에 이고서 겨울 찬바람을 맞고 우뚝 솟아 있다. 우째 우리나라도 이렇게 빼어난 절경이 있단 말인가! 작년에 장모님과 외국을 여행하고 온 아내가 외국보다 우리강산의 경치가 세상어디보다도 제일 좋다고 한다. 외국 나가서 눈으로 보아야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멋진 나라 인줄 실감한단다. 병풍처럼 도로를 감싸 안은 우리의 영산, 눈덮힌 소백산의 산허리를 뚝 잘라 곧게 뻗은 도로를 나의 애마는 달린다. 죽령 터널을 지나면서 점점 더 눈덮힌 주위풍광에 잠시나마 보는 눈이 시원하다.
어느듯 시간이 흘러 치악, 제천 만종 JC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든다. 원주를 우회하여 강릉 방향으로 접어든다.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애마의 언 바퀴를 녹이며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화장실을 다녀오며 뜨끈한 국물을 찾아본다. 집사람이 주문한 어묵을 들고서 종종 걸음 치며 차안에서 먹는 오뎅 국물이 의외로 시원하다. 얼어 있던 입안이 MSG국물로 녹아 내린다. 시원하게 한모금하고 다시 휴게소를 막 나온다. 비지의 전화 한통이 주머니를 울린다. 횡성 휴게소면 바로 따라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단다. 평창휴게소에서 만나길 약속하며 한 5분 남짓 기다리니 까만 제네시스 한 대에서 반갑게 진구가 나를 반긴다. 비지가 오형이와 명준이네를 강릉역에서 픽업하기로 나는 바로 숙소로 가서 체크인하기로 했다. 북강릉 IC를 빠져나와 주문진을 향해 다시 내려오는 길에 숙소인 더 불루힐이 보인다. 한시간 일찍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 하니 총각하나가 우리를 방으로 와서 문을 열어 준다. 키를 건네받고 바로 1305호와 1306호를 둘러본다. 거실을 통해서 남서 방향으로 한적한 시골 무논의 풍광이 들어오고 반대편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경치 좋은 자리에 콘도가 터를 잡고 있다. 서둘러 실내와 밖을 배경으로 한두컷 한 사진을 카톡에 바로 올린다.
그사이에 오형이는 3시 반경에 오형이는 강릉역에 도착하여 진구를 기다리고 명준이는 역마다 소식을 전하고 영욱이는 4시를 넘어 강릉역에 도착하여 버스로 숙소를 향하고 명준이는 5시 20분경에 도착하여 징구가 이들을 픽업하여 온단다. 8명이 숙소에 모두 상봉한 시간이 5시 50분 완료. 숙소를 둘러보고 모두들 촌시럽게 콘도에 처음 온 사람처럼 입이 마르고 달토록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단은 저녁을 해결하러 주문진 수산시장으로 향한다. 영하 10도를 감도는 날씨와 세찬 바람이 시장기를 더욱 더 부채질을 한다. 시장은 빨리 파했는지 의외로 문 닫은 가게들이 많다. 시장 안에 횟집에서 저녁 술안주거리로 회를 주문하고 횟집 전라도 아줌마의 안내를 받은 식당으로 향했지만 두 곳이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아서 바로 옆 생선구이 가게로 들어가서 저녁을 시켰다. 의외로 푸짐한 저녁이었다. 맛깔스런 기본 반찬에 허겁지검 던져 넣는 우릴 보고 주인아줌마가 생선구이 들어갈 배도 남겨두란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잘 구워진 생선구이에 전투적으로 참가하는 영욱이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자 덩달아 먹는 속도가 빨리 진다. 생선 껍질까지 말끔이 비우고 식당을 나온다. 랜덤으로 선택한 저녁식사치고는 꽤 여운이 오래 남는다. 주문한 회를 가지고 인근 마트에서 소주와 생수 그리고 캔 맥주 등을 챙겨서 숙소로 돌아온다. 날씨가 밖에서 유유자적하는 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종종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니 천국이 따로 없고 이상향이 따로 없는 따스한 방안 공기가 눈물 나게 고맙다. 서둘러 술상을 차린다. 우리가 저녁 밥숟가락을 놓은 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회를 먹을 수 있을 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또다시 젓가락의 속도가 회를 향해 빈번히 나아간다. 진구가 준비한 발렌타인 21년산을 쪽쪽 빨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감촉에 또다시 감탄사 꽃을 피운다. 금방 발렌타인 21산이 바텀을 향해 치닫는다. 또 한 병의 크라운 로얄(캐나다산)로 진한 밤을 지샌다. 강원도산 처음처럼 소주는 역시 우리의 빠른 발걸음을 처음으로 돌릴 만큼 진한 우정이 베어나게한다. 실시간 카톡 중계로 은창이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달려오고픈 마음이 간절한 모양이다. 모임 사진을 올리면 바로 미끼를 덥석 물고는 양주를 좀 남겨 두라고 애걸복걸한다.
그런데 이들이 굶주린 이디들이 양주를 남겨둘 리는 없고 차라리 양주 한 병을 들고 오라고 하니 은창이도 쾌히 좋단다. 마음씨 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은창이가 이번에도 미끼를 덥석 문다. 술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시간은 흘러 야심한 시각으로 접어든다. 소주도 다 비워지고 멀고도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달려오느라 피곤한 마나님들은 건넌방으로 건너가고 드디어 남자들만의 진한 메인이벤트가 준비된다. 재빨리 자리가 펴지고 오락의 대가인 파좀(영욱이 애칭)이 가져온 동양화와 서양화 중 항상 그랬듯이 서양화로 게임에 돌입한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서 그런지 시간이 의외로 빨리 지나간다. 게임의 손맛을 모르는 청순가련한 그리고 순진무구한 암뽕과 비지는 소파에서 도란도란 그간에 못다 한 얘기꽃을 피우고 노름재이인 비지, 파좀 그리고 순대 아찌들은 포커 삼매경으로 빠져든다. 3명이서 치는 카드는 별로 재미가 없다. 지난번 위너인 우동이 합류하는 내일을 메인 게임으로 하고 오늘은 그저 몸 푸는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들이 보기 좋다.
새벽 한시가 지나면서 암뽕 어른이 끓여온 매운탕은 오늘 먹거리의 정점을 찍는다. 뜨거운 국물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수고를 많이 하고 세프계의 일인자인 대포(이인기의 별호)의 아성에 감히 도전장을 던진 암뽕 세프의 진한 국물 맛이 우러난 매운탕에 모두들 정신을 잃어버린다. 4시까지 지리한 게임이 끝나고 내일 아니 오늘의 일출을 기대하며 잠을 자두기로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
다음날 아침 7시를 넘기자 가장 먼저 오늘의 셰프인 암뽕과 촌사람 곶감 아찌가 거실에서 도란도란 주고받는 얘기소리에 눈이 떠진다. 비록 3시간의 잠이지만 달콤하고 나름 진한 잠이었는가 보다 가뿐하게 일어나 일출은 이미 해가 떠서 안 되고 아침거리를 장만하러 시장으로 향했다. 아침시간에도 시장은 살아 있다. 하지만 썰렁한 분위기는 왠일인가 간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못나갔단다. 경매 물건이 없어 문전 휴업인 모양이다. 운좋게 마트하나를 발견하고 대충 아침거리와 암뽕 셰프가 원하는 물건들을 대충 구입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간밤에 오늘 아침거리 매운탕을 먹어버렸지만 암뽕 셰프가 만들어낸 또 다른 맛은 생태탕이다. 시원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생태의 고운 살결이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저절로 넘어가는 생태탕에 간밤에 먹던 매운탕 찌개로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강릉 경포대로 간다. 오늘은 오형이가 볼일이 있어 돌아가고 은창이가 합류를 한다. 오전 10시 반경에 경포대로 향한다. 은창이도 비슷한 시각에 출발하지만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힌단다. 소리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경포대 정자에 오른다. 날씨는 바람이 고요하고 불어도 봄바람처럼 느껴진다. 어제와는 완연히 다른 날씨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다. 정자에서 사진 몇 컷하고 내려와 경포호수 주면에서 오형이의 버스가 올 때까지 함께했다.
한사코 사진을 찍지 않으려는 감사어른 부인 혜정씨를 어렵게 포착한 사진이다. 오형이를 보내고 쓸쓸한 발걸음을 돌려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간다. 수시로 날아오는 은창이 소식을 뒤로하고 우리는 동해안의 푸른 파도를 온 몸으로 맞이한다. 순간적으로 우리가 주인이고 밀려오는 저 파도가 손님인가 착각할 정도로 낯설지가 않다. 푸른 물결 넘실대고 먼 바닷물 위에 하얗게 갈매기들이 때지어 눈 내리듯 파도 속에서 열심히 물고기들을 캐고 있겠지. 비지 아찌가 좀 더 아늑한 장소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시 차로 십 여분을 돌고 돌아 찾은 곳은 전통 순두부 마을 인 초당 순두부 촌에서 점심을 해결하게 된다. 기대이상의 맛을 보게된다. 고즈넉한 한옥의 방문고리를 당기는 순간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작은 방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한다. 왜냐고 머리가 부딪칠 수 있으니까 순두부 전골 값이 의외로 비싸지는 않다. 옛스러움이 어디 초가삼간이더냐 상위의 반찬 또한 고풍스런 신맛을 풍기고 따끈한 엽차 한잔에 금새 방안의 분위기가 화색이 돈다. 음식 앞에선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것이 우리 팔공인 이거늘 어디 체면은 물건너 간지 오래다. 오형이도 먹고 갔어야했는데 라고 하는 생각이 순두부 앞에서 까맣게 잊혀져간다.
입구에서 느껴지는 비지의 포스가 느껴진다. 가실 때 마음껏 퍼 가세요란 문구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 따끈한 엽차 한잔에 열린 입은 단아하게 차려진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쉴 새 없는 젓가락 사랑을 펼친다. 음식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맛깔을 지닌 채 먹는 이로 하여금 행복한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게 한다. 우리에게 행복을 준건 맛뿐만이 아니다 저 전골 솟을 보라 푸짐하게 나오는 순두부가 3사람이 먹기에 4사람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인 것을 ‘촌놈들에겐 배부른 게 최고여’라는 말이 실감난다. 모두들 포만한 배를 부여잡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하고서 아쉬움을 방안에 남겨두고 포만감만 겨우 챙겨서 밖으로 나온다. 들어갈 때 입구에 놓아둔 비지가 기다린다. 집집마다 한 봉지씩 양을 넉넉하게 담아서 다시 길을 나선다.
다음 행선지는 경포 바닷가 강문 솟대다리다.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잇는 솟대다리로서 강릉 경포대의 물이 바다로 흐르는 곳인 강문에 2012년 7월 솟대다리가 개통을 했어요. 솟대다리는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잇는 길이 89.15m, 폭 4.1m의 인도교인 아치형태의 다리에요. 멋들어진 새하얀 다리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려요. 강문솟대다리의 야경도 멋져서 강릉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송강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경포/경포대/강문의 장관과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을 노래하기도 했답니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이름도 은파(Silver waves)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실버라는 단어에 노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된 모양이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우리 보다 연식이 지긋한 노부부들이 창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커피숍의 풍경은 아쉽게도 폰 배터리가 없어 충전하느라 숍 안의 분위기와 쇼에서 바라보는 멋진 바다 풍경을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오후 3시를 넘어 우동도 강릉가까이 온 모양이다. 어디서 만나야 할지 계속 카톡으로 알려 온다. 주문진 시장에서 만나기로하고 우동과의 만남을 위해 주문진으로 달려간다. 주말이라서 시장 입구부터 차가 몹시 밀린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들이 막혀서 차한대만 시장에서 우동을 만나고 우리는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은챙이는 중간에서 미아가 된 모양이다. 숙소로 바로 들어온단다. 5시경에 은챙이가 숙소에 도착했다. 가방에서 오징어를 꺼내어 건넨다.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잘 말린 오징어를 만원주고 열 마리 샀단다. 불에 굽지 않고 그냥 찢어 먹는단다. 딱딱한 질감이 해풍에 잘 건조되어 소금기가 쫙 빠진 느낌이다. 기존의 짭조름한 맛이 덜하여 심심풀이로 뜯어 먹기에 제격이다. 몇 마리만 집에 가져가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선물로 전달하는 우동의 따스한 마음을 볼 수 있다. 그 시간에 곶감은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곶감이 떠난 자리에 우동이 다시 그 빈자리를 메우니 우리 만남 자체가 그저 즐겁고 기쁘다. 시장에서 돌아온 역전의 용사들 손에 오늘 저녁거리가 푸짐하게 들렸다.
즐거운 저녁 시간이다. 푸짐한 회 사이로 보이는 것이 있다. 오늘의 암뽕 어른과 어부인 창옥씨의 합작품인 오징어순대이다. 찜 솥이 없는 데도 맛깔나게 쪄내는 모양새가 한 두번 요리한 솜씨가 아니다. 빨갛게 묻어나온 오징어 특유의 색깔과 가지런하게 칼질한 오징어순대의 모습에서 오늘 저녁도 행복하고 황홀경에 빠져든다. 여기에다 은창이가 가져온 래미마틴 양주가 분위기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음식을 보고 달려드는 젓가락 떼를 밀쳐내며 어렵게 사진 몇 컷을 하고는 바로 카톡에 올려 낚시를 했다. 이번에는 김밤(장순기의 애칭)이 덥썩 미끼를 물었다. 순기는 애써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과 즐겁게 노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었지만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서너 번은 족히 넘겼으리라 생각된다. 날로 그 맛이 향상되는 암뽕 셰프의 매운탕으로 저녁을 마무리하고 설거지는 파좀과 순대가 하기로 했다. 소파에 여유 있게 앉아 있는 암뽕과 비지의 여유로움을 뒤로하고 파좀의 깔끔한 손끝에서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내공이 심상찮다. 평소에 많이 해본 실력이다. 이후에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12시가 넘도록 화기애매하고 깔깔깔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은창이가 와서 어제 밤에 이어 수담을 나누는 포커 시간이 돌아 왔다. 2시 반 까지 만 치기로 약정하고 본 게임에 들어간다. 모두들 몰입하는 가운데 은창이 킬러는 영욱이고 징구킬러는 은창이고 나의 호프는 아무도 없다. 어제 이후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는 mbc 선수는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정확히 2시 반을 넘기며 잠자리로 흘러든다. 윗 층에서 두남자의 목소리가 도란도란 들린다. 저 사람들은 잠도 없냐하고 생각하던 차에 잠시간을 놓쳐버린다. 징구의 뱃고동 품어 내는 소리에 나는 언제나 잠님이 오시려나하다 잠든다.
오늘은 아침부터 암뽕과 비지의 얘기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이미 일출은 놓쳐버렸고 아침도 어제 시장에서 구입한 도루묵 매운탕으로 한단다. 식전에 어제 아쉽게 접었던 카드를 다시 펴고 마지막 수담을 나눈다. ‘노름이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라는 사실을 모두 알기에 신중한 레이스를 펼친다. 초반부터 비지가 바쁘게 풀 하우스로 파좀과 우동 그리고 순대를 누르고 기선 제압에 들어간다. 오늘 패하면 또 언제 승리를 맛보겠는가. 옆방에서 응원군들이 몰려오고부터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간에 잃었던 나의 금전들이 굴러 들어오기 시작한다. 혜정씨의 열렬한 응원에도 파좀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드디어 주문진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이 암뽕 어른의 손맛을 타고 상위로 차려진다. 아뿔사, 도루묵 사진이 없구나. 아침 도루묵 사진을 깜빡해 버린 모양이다. 이러다 이번 여행이 도루묵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도루묵의 알이 제법 두둑한 것이 씹을수록 생각보다 질감이 질기게 느껴지는 도루묵이다. 알은 배가 불룩하게 꽉차있는 것이 역시 동해안의 식보답게 생김새가 듬직해 보인다. 마지막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시 마지막 게임으로 접어든다. 11시 30분 까지 포커를 하기로 하고 한 시간 남짓 여유 시간을 가진다. 최후의 승자는 저번 대전 모임에서 위너인 은창께 돌아간다. 비지의 초반 페이스도 우동의 막판스퍼트에 다 녹아 떨어졌다. 진정한 위너는 우동이다. 우동의 2연장 승리다. 아바의 축가를 불러 준다. The winner takes it all. 1박 2일이 대세이던 팔공의 모임이 2박 3일의 모임으로 처음 개최한 주문진에서의 만남은 진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았음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주문진 시장에서 횟 거리를 장만하느라 서둘러 끝내고 각자 고향 앞으로 간다. 비록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순기, 인기, 재희, 창환, 수진, 세진을 대표해서 우리가 원 없이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돌아오는 길은 비록 피곤하고 졸리고 차가 막혀도 즐거운 것은 왠 인 일까? 친구들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카톡의 소식이 날아드는 가운데 간발의 차이로 명준이 보다 내가 10여분 일찍 도착해서 조금은 미안하다. 친구들 모두 수고 했고 즐거웠다. 올 3월엔 창원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아참, 이번 모임에서 결정사항 한가지 빅뉴스는 올 해 8월 1일 인도네시아 여행 일정이 잡혔다. 희망하는 모든 팔공들은 미리 준비하시라 물론 부부 동반이 필수......(끝)
주문진 모임(2박 3일 주문진 The Blue Hill 콘도)
(나오는 사람)참석자 : 최진구(비지), 한영욱(파좀)부부, 유명준(암뽕)부부, 문병철(순대)부부, 김오형(곶감), 이은창(우동) 9명 이들의 2박 3일 주문진 유랑기가 시작 됩니다.
한 달 전부터 모임을 하자는 카톡 회의를 거쳐 드디어 출발 하루 전날 예매해두었던 기차표를 취소하고 자동차로 가기로 정했다. 집사람이 며칠 전부터 식도염에 고생을 하다 다행히 여행을 따라 가고픈 마음에 다시 따라 나서기로 작정을 한 후에 차로 가기로 한 것이다. 먼저 인터넷으로 가는 여러 갈래 길을 검색하니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로 가는 루터가가장 짧은 구간이다. 창원서 주문진 거리가 438킬로가 된다. 서울보다 거리상으로 더 멀 것 같다. 주위 동료들 중 동해안의 7번 국도를 추천하는 이들도 있지만 거리나 시간이 더 멀어 보인다.
당일 아침 바람이 좀 불지만 날씨는 괜찮아 보인다. 9시 30분경 장도에 오른다. 집사람과 단둘이서 아이들을 떼고 오랜만에 먼 길을 나선다. 지금까지 1박 2일로 만나던 모임이었던 터라 2박 3일은 처음이다. 젊을 때는 부부 동반하여 서울이나 경주, 창원을 옮겨 다니며 집들이 모임을 종종하여 집사람들도 서로 간에 면식이 있어 서먹한 면은 없다. 눈길을 예상하고 지인으로부터 체인을 빌려 실고 든든한 마음과 빨리 가고픈 마음이 앞서 그런지 5시간 40분이라는 예상도착 시간에도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답동 엘지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채우니 십만원이 넘어간다. 달린지 1시간 남짓 달려 현풍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짬을 내어 집사람이 커피한잔을 들고 온다. 커피 향기에 비해 맛은 그렇게 가슴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카페오레의 맛이 예전에 먹던 개소주 맛이라고 하자 집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원두커피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귓전을 때리며 오늘 하루 세찬 바람을 맞으며 강원도로 향하는 마음이 발걸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십 여분을 차안에서 후루룩하고 마시며 나의 애마 소나타는 굉음을 내며 대구에 들어선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엔 차들도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12시 40분경에 단양휴게소에서 우동(이은창의 별칭)이 보내준 심심풀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동안 산채 비빔밥이 나온다. 생각보다 맛이 있다.
비지(최진구의 별칭)가 벌써 단양이면 제일 빨리 도착하겠다는 전갈을 보내온다. 암뽕(유명준의 별칭)은 의성에서 안동으로 가고 있단다. 지금부터는 조금 속도를 줄여 주위 풍광에 신경을 쓰면서 가도 될 시간대이다. 안동, 예천을 거쳐 단양으로 들어오면서 주위는 아직도 설원이다. 산봉우리마다 흰 눈 가득 머리에 이고서 겨울 찬바람을 맞고 우뚝 솟아 있다. 우째 우리나라도 이렇게 빼어난 절경이 있단 말인가! 작년에 장모님과 외국을 여행하고 온 아내가 외국보다 우리강산의 경치가 세상어디보다도 제일 좋다고 한다. 외국 나가서 눈으로 보아야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멋진 나라 인줄 실감한단다. 병풍처럼 도로를 감싸 안은 우리의 영산, 눈덮힌 소백산의 산허리를 뚝 잘라 곧게 뻗은 도로를 나의 애마는 달린다. 죽령 터널을 지나면서 점점 더 눈덮힌 주위풍광에 잠시나마 보는 눈이 시원하다.
어느듯 시간이 흘러 치악, 제천 만종 JC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든다. 원주를 우회하여 강릉 방향으로 접어든다.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애마의 언 바퀴를 녹이며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화장실을 다녀오며 뜨끈한 국물을 찾아본다. 집사람이 주문한 어묵을 들고서 종종 걸음 치며 차안에서 먹는 오뎅 국물이 의외로 시원하다. 얼어 있던 입안이 MSG국물로 녹아 내린다. 시원하게 한모금하고 다시 휴게소를 막 나온다. 비지의 전화 한통이 주머니를 울린다. 횡성 휴게소면 바로 따라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단다. 평창휴게소에서 만나길 약속하며 한 5분 남짓 기다리니 까만 제네시스 한 대에서 반갑게 진구가 나를 반긴다. 비지가 오형이와 명준이네를 강릉역에서 픽업하기로 나는 바로 숙소로 가서 체크인하기로 했다. 북강릉 IC를 빠져나와 주문진을 향해 다시 내려오는 길에 숙소인 더 불루힐이 보인다. 한시간 일찍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 하니 총각하나가 우리를 방으로 와서 문을 열어 준다. 키를 건네받고 바로 1305호와 1306호를 둘러본다. 거실을 통해서 남서 방향으로 한적한 시골 무논의 풍광이 들어오고 반대편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경치 좋은 자리에 콘도가 터를 잡고 있다. 서둘러 실내와 밖을 배경으로 한두컷 한 사진을 카톡에 바로 올린다.
그사이에 오형이는 3시 반경에 오형이는 강릉역에 도착하여 진구를 기다리고 명준이는 역마다 소식을 전하고 영욱이는 4시를 넘어 강릉역에 도착하여 버스로 숙소를 향하고 명준이는 5시 20분경에 도착하여 징구가 이들을 픽업하여 온단다. 8명이 숙소에 모두 상봉한 시간이 5시 50분 완료. 숙소를 둘러보고 모두들 촌시럽게 콘도에 처음 온 사람처럼 입이 마르고 달토록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단은 저녁을 해결하러 주문진 수산시장으로 향한다. 영하 10도를 감도는 날씨와 세찬 바람이 시장기를 더욱 더 부채질을 한다. 시장은 빨리 파했는지 의외로 문 닫은 가게들이 많다. 시장 안에 횟집에서 저녁 술안주거리로 회를 주문하고 횟집 전라도 아줌마의 안내를 받은 식당으로 향했지만 두 곳이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아서 바로 옆 생선구이 가게로 들어가서 저녁을 시켰다. 의외로 푸짐한 저녁이었다. 맛깔스런 기본 반찬에 허겁지검 던져 넣는 우릴 보고 주인아줌마가 생선구이 들어갈 배도 남겨두란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잘 구워진 생선구이에 전투적으로 참가하는 영욱이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자 덩달아 먹는 속도가 빨리 진다. 생선 껍질까지 말끔이 비우고 식당을 나온다. 랜덤으로 선택한 저녁식사치고는 꽤 여운이 오래 남는다. 주문한 회를 가지고 인근 마트에서 소주와 생수 그리고 캔 맥주 등을 챙겨서 숙소로 돌아온다. 날씨가 밖에서 유유자적하는 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종종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니 천국이 따로 없고 이상향이 따로 없는 따스한 방안 공기가 눈물 나게 고맙다. 서둘러 술상을 차린다. 우리가 저녁 밥숟가락을 놓은 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회를 먹을 수 있을 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또다시 젓가락의 속도가 회를 향해 빈번히 나아간다. 진구가 준비한 발렌타인 21년산을 쪽쪽 빨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감촉에 또다시 감탄사 꽃을 피운다. 금방 발렌타인 21산이 바텀을 향해 치닫는다. 또 한 병의 크라운 로얄(캐나다산)로 진한 밤을 지샌다. 강원도산 처음처럼 소주는 역시 우리의 빠른 발걸음을 처음으로 돌릴 만큼 진한 우정이 베어나게한다. 실시간 카톡 중계로 은창이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달려오고픈 마음이 간절한 모양이다. 모임 사진을 올리면 바로 미끼를 덥석 물고는 양주를 좀 남겨 두라고 애걸복걸한다.
그런데 이들이 굶주린 이디들이 양주를 남겨둘 리는 없고 차라리 양주 한 병을 들고 오라고 하니 은창이도 쾌히 좋단다. 마음씨 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은창이가 이번에도 미끼를 덥석 문다. 술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시간은 흘러 야심한 시각으로 접어든다. 소주도 다 비워지고 멀고도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달려오느라 피곤한 마나님들은 건넌방으로 건너가고 드디어 남자들만의 진한 메인이벤트가 준비된다. 재빨리 자리가 펴지고 오락의 대가인 파좀(영욱이 애칭)이 가져온 동양화와 서양화 중 항상 그랬듯이 서양화로 게임에 돌입한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서 그런지 시간이 의외로 빨리 지나간다. 게임의 손맛을 모르는 청순가련한 그리고 순진무구한 암뽕과 비지는 소파에서 도란도란 그간에 못다 한 얘기꽃을 피우고 노름재이인 비지, 파좀 그리고 순대 아찌들은 포커 삼매경으로 빠져든다. 3명이서 치는 카드는 별로 재미가 없다. 지난번 위너인 우동이 합류하는 내일을 메인 게임으로 하고 오늘은 그저 몸 푸는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들이 보기 좋다.
새벽 한시가 지나면서 암뽕 어른이 끓여온 매운탕은 오늘 먹거리의 정점을 찍는다. 뜨거운 국물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수고를 많이 하고 세프계의 일인자인 대포(이인기의 별호)의 아성에 감히 도전장을 던진 암뽕 세프의 진한 국물 맛이 우러난 매운탕에 모두들 정신을 잃어버린다. 4시까지 지리한 게임이 끝나고 내일 아니 오늘의 일출을 기대하며 잠을 자두기로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
다음날 아침 7시를 넘기자 가장 먼저 오늘의 셰프인 암뽕과 촌사람 곶감 아찌가 거실에서 도란도란 주고받는 얘기소리에 눈이 떠진다. 비록 3시간의 잠이지만 달콤하고 나름 진한 잠이었는가 보다 가뿐하게 일어나 일출은 이미 해가 떠서 안 되고 아침거리를 장만하러 시장으로 향했다. 아침시간에도 시장은 살아 있다. 하지만 썰렁한 분위기는 왠일인가 간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못나갔단다. 경매 물건이 없어 문전 휴업인 모양이다. 운좋게 마트하나를 발견하고 대충 아침거리와 암뽕 셰프가 원하는 물건들을 대충 구입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간밤에 오늘 아침거리 매운탕을 먹어버렸지만 암뽕 셰프가 만들어낸 또 다른 맛은 생태탕이다. 시원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생태의 고운 살결이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저절로 넘어가는 생태탕에 간밤에 먹던 매운탕 찌개로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강릉 경포대로 간다. 오늘은 오형이가 볼일이 있어 돌아가고 은창이가 합류를 한다. 오전 10시 반경에 경포대로 향한다. 은창이도 비슷한 시각에 출발하지만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힌단다. 소리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경포대 정자에 오른다. 날씨는 바람이 고요하고 불어도 봄바람처럼 느껴진다. 어제와는 완연히 다른 날씨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다. 정자에서 사진 몇 컷하고 내려와 경포호수 주면에서 오형이의 버스가 올 때까지 함께했다.
한사코 사진을 찍지 않으려는 감사어른 부인 혜정씨를 어렵게 포착한 사진이다. 오형이를 보내고 쓸쓸한 발걸음을 돌려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간다. 수시로 날아오는 은창이 소식을 뒤로하고 우리는 동해안의 푸른 파도를 온 몸으로 맞이한다. 순간적으로 우리가 주인이고 밀려오는 저 파도가 손님인가 착각할 정도로 낯설지가 않다. 푸른 물결 넘실대고 먼 바닷물 위에 하얗게 갈매기들이 때지어 눈 내리듯 파도 속에서 열심히 물고기들을 캐고 있겠지. 비지 아찌가 좀 더 아늑한 장소로 우리를 안내한다. 다시 차로 십 여분을 돌고 돌아 찾은 곳은 전통 순두부 마을 인 초당 순두부 촌에서 점심을 해결하게 된다. 기대이상의 맛을 보게된다. 고즈넉한 한옥의 방문고리를 당기는 순간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작은 방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한다. 왜냐고 머리가 부딪칠 수 있으니까 순두부 전골 값이 의외로 비싸지는 않다. 옛스러움이 어디 초가삼간이더냐 상위의 반찬 또한 고풍스런 신맛을 풍기고 따끈한 엽차 한잔에 금새 방안의 분위기가 화색이 돈다. 음식 앞에선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것이 우리 팔공인 이거늘 어디 체면은 물건너 간지 오래다. 오형이도 먹고 갔어야했는데 라고 하는 생각이 순두부 앞에서 까맣게 잊혀져간다.
입구에서 느껴지는 비지의 포스가 느껴진다. 가실 때 마음껏 퍼 가세요란 문구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 따끈한 엽차 한잔에 열린 입은 단아하게 차려진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쉴 새 없는 젓가락 사랑을 펼친다. 음식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맛깔을 지닌 채 먹는 이로 하여금 행복한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게 한다. 우리에게 행복을 준건 맛뿐만이 아니다 저 전골 솟을 보라 푸짐하게 나오는 순두부가 3사람이 먹기에 4사람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인 것을 ‘촌놈들에겐 배부른 게 최고여’라는 말이 실감난다. 모두들 포만한 배를 부여잡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하고서 아쉬움을 방안에 남겨두고 포만감만 겨우 챙겨서 밖으로 나온다. 들어갈 때 입구에 놓아둔 비지가 기다린다. 집집마다 한 봉지씩 양을 넉넉하게 담아서 다시 길을 나선다.
다음 행선지는 경포 바닷가 강문 솟대다리다.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잇는 솟대다리로서 강릉 경포대의 물이 바다로 흐르는 곳인 강문에 2012년 7월 솟대다리가 개통을 했어요. 솟대다리는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잇는 길이 89.15m, 폭 4.1m의 인도교인 아치형태의 다리에요. 멋들어진 새하얀 다리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려요. 강문솟대다리의 야경도 멋져서 강릉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요. 송강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경포/경포대/강문의 장관과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을 노래하기도 했답니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이름도 은파(Silver waves)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실버라는 단어에 노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된 모양이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우리 보다 연식이 지긋한 노부부들이 창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커피숍의 풍경은 아쉽게도 폰 배터리가 없어 충전하느라 숍 안의 분위기와 쇼에서 바라보는 멋진 바다 풍경을 담을 수 없어 아쉽다. 오후 3시를 넘어 우동도 강릉가까이 온 모양이다. 어디서 만나야 할지 계속 카톡으로 알려 온다. 주문진 시장에서 만나기로하고 우동과의 만남을 위해 주문진으로 달려간다. 주말이라서 시장 입구부터 차가 몹시 밀린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들이 막혀서 차한대만 시장에서 우동을 만나고 우리는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은챙이는 중간에서 미아가 된 모양이다. 숙소로 바로 들어온단다. 5시경에 은챙이가 숙소에 도착했다. 가방에서 오징어를 꺼내어 건넨다.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잘 말린 오징어를 만원주고 열 마리 샀단다. 불에 굽지 않고 그냥 찢어 먹는단다. 딱딱한 질감이 해풍에 잘 건조되어 소금기가 쫙 빠진 느낌이다. 기존의 짭조름한 맛이 덜하여 심심풀이로 뜯어 먹기에 제격이다. 몇 마리만 집에 가져가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선물로 전달하는 우동의 따스한 마음을 볼 수 있다. 그 시간에 곶감은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곶감이 떠난 자리에 우동이 다시 그 빈자리를 메우니 우리 만남 자체가 그저 즐겁고 기쁘다. 시장에서 돌아온 역전의 용사들 손에 오늘 저녁거리가 푸짐하게 들렸다.
즐거운 저녁 시간이다. 푸짐한 회 사이로 보이는 것이 있다. 오늘의 암뽕 어른과 어부인 창옥씨의 합작품인 오징어순대이다. 찜 솥이 없는 데도 맛깔나게 쪄내는 모양새가 한 두번 요리한 솜씨가 아니다. 빨갛게 묻어나온 오징어 특유의 색깔과 가지런하게 칼질한 오징어순대의 모습에서 오늘 저녁도 행복하고 황홀경에 빠져든다. 여기에다 은창이가 가져온 래미마틴 양주가 분위기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음식을 보고 달려드는 젓가락 떼를 밀쳐내며 어렵게 사진 몇 컷을 하고는 바로 카톡에 올려 낚시를 했다. 이번에는 김밤(장순기의 애칭)이 덥썩 미끼를 물었다. 순기는 애써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과 즐겁게 노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었지만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서너 번은 족히 넘겼으리라 생각된다. 날로 그 맛이 향상되는 암뽕 셰프의 매운탕으로 저녁을 마무리하고 설거지는 파좀과 순대가 하기로 했다. 소파에 여유 있게 앉아 있는 암뽕과 비지의 여유로움을 뒤로하고 파좀의 깔끔한 손끝에서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내공이 심상찮다. 평소에 많이 해본 실력이다. 이후에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12시가 넘도록 화기애매하고 깔깔깔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은창이가 와서 어제 밤에 이어 수담을 나누는 포커 시간이 돌아 왔다. 2시 반 까지 만 치기로 약정하고 본 게임에 들어간다. 모두들 몰입하는 가운데 은창이 킬러는 영욱이고 징구킬러는 은창이고 나의 호프는 아무도 없다. 어제 이후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는 mbc 선수는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정확히 2시 반을 넘기며 잠자리로 흘러든다. 윗 층에서 두남자의 목소리가 도란도란 들린다. 저 사람들은 잠도 없냐하고 생각하던 차에 잠시간을 놓쳐버린다. 징구의 뱃고동 품어 내는 소리에 나는 언제나 잠님이 오시려나하다 잠든다.
오늘은 아침부터 암뽕과 비지의 얘기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이미 일출은 놓쳐버렸고 아침도 어제 시장에서 구입한 도루묵 매운탕으로 한단다. 식전에 어제 아쉽게 접었던 카드를 다시 펴고 마지막 수담을 나눈다. ‘노름이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라는 사실을 모두 알기에 신중한 레이스를 펼친다. 초반부터 비지가 바쁘게 풀 하우스로 파좀과 우동 그리고 순대를 누르고 기선 제압에 들어간다. 오늘 패하면 또 언제 승리를 맛보겠는가. 옆방에서 응원군들이 몰려오고부터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간에 잃었던 나의 금전들이 굴러 들어오기 시작한다. 혜정씨의 열렬한 응원에도 파좀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드디어 주문진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이 암뽕 어른의 손맛을 타고 상위로 차려진다. 아뿔사
도루묵의 사진이 없구나. 아침 도루묵 사진을 깜빡해 버린 모양이다. 이러다 이번 여행이 도루묵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도루묵의 알이 제법 두둑한 것이 씹을수록 생각보다 질감이 질기게 느껴지는 도루묵이다. 알은 배가 불룩하게 꽉차있는 것이 역시 동해안의 식보답게 생김새가 듬직해 보인다. 마지막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시 마지막 게임으로 접어든다. 11시 30분 까지 포커를 하기로 하고 한 시간 남짓 여유 시간을 가진다. 최후의 승자는 저번 대전 모임에서 위너인 은창께 돌아간다. 비지의 초반 페이스도 우동의 막판스퍼트에 다 녹아 떨어졌다. 진정한 위너는 우동이다. 우동의 2연장 승리다. 아바의 축가를 불러 준다. The winner takes it all. 1박 2일이 대세이던 팔공의 모임이 2박 3일의 모임으로 처음 개최한 주문진에서의 만남은 진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았음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주문진 시장에서 횟 거리를 장만하느라 서둘러 끝내고 각자 고향 앞으로 간다. 비록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순기, 인기, 재희, 창환, 수진, 세진을 대표해서 우리가 원 없이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돌아오는 길은 비록 피곤하고 졸리고 차가 막혀도 즐거운 것은 왠 인 일까? 친구들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카톡의 소식이 날아드는 가운데 간발의 차이로 명준이 보다 내가 10여분 일찍 도착해서 조금은 미안하다. 친구들 모두 수고 했고 즐거웠다. 올 3월엔 창원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아참, 이번 모임에서 결정사항 한가지 빅뉴스는 올 해 8월 1일 인도네시아 여행 일정이 잡혔다. 희망하는 모든 팔공들은 미리 준비하시라 물론 부부 동반이 필수......(끝)